코인 자동매매 전략을 손실 기준부터 세우는 방법

횡보장에서 그리드 봇을 켜뒀다가 가격이 크게 밀린 적이 있습니다. 체결 내역에는 작은 수익이 계속 찍혔는데, 쌓인 코인의 평가손실을 합치니 계좌는 마이너스였죠. 2017년 불장 끝물에 샀다가 오래 물렸던 경험이 있어서 더 찜찜했습니다. 그 뒤로 코인 자동매매 전략을 볼 때는 예상 수익보다 ‘어떤 상황에서 멈출 것인가’를 먼저 적습니다.
봇보다 먼저 매매 규칙을 적는다
자동매매는 판단을 대신해 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내가 정한 조건을 반복해서 실행할 뿐입니다. 그래서 ‘오를 것 같으면 산다’는 생각으로는 설정할 수 없습니다. 매수 신호, 매도 신호, 주문 크기, 중단 조건을 숫자로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물 한 종목을 하루에 한 번만 확인한다고 해봅시다. 일봉 종가가 20일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오면 매수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 매도하는 식입니다. 여기서도 종가가 확정되기 전에 주문할지, 확정된 뒤 다음 주문을 넣을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같은 신호로 주문이 두 번 나가지 않게 하는 규칙도 필요합니다.
전략의 성격도 구분해야 합니다. 추세를 따라가는 방식은 긴 상승을 잡을 수 있지만 횡보장에서는 작은 손절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일정 가격 간격으로 사고파는 그리드는 횡보에 맞을 수 있지만 하락이 이어지면 코인 보유량과 평가손실이 함께 늘어납니다. 제가 겪은 손실은 그리드의 체결 수익만 보고 전체 자산 변화를 늦게 확인한 탓이 컸습니다.
백테스트에서는 수익률보다 비용과 낙폭을 본다
과거 차트에 규칙을 대입하는 백테스트는 출발점으로 쓸 만합니다. 다만 결과 화면의 수익률만 믿으면 위험합니다. 거래 수수료와 예상 체결가의 차이인 슬리피지를 빼고, 상승장뿐 아니라 하락장과 횡보장도 넣어야 합니다. 바이낸스 아카데미도 수수료·슬리피지 누락과 과거 데이터에 맞춘 과도한 조정을 백테스트의 함정으로 설명합니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한 번 매수하고 매도할 때마다 수수료와 슬리피지를 합쳐 거래금액의 0.3%가 든다고 가정해 보죠. 거래금액 100만 원짜리 왕복 거래를 30번 하면 비용만 9만 원입니다. 화면에 표시된 매매차익이 12만 원이었다면 남는 금액은 3만 원 수준입니다. 실제 비용은 거래소의 수수료 등급, 주문 방식, 시장 유동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자기 체결 내역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저는 총수익률 옆에 최대 낙폭과 거래 횟수를 같이 둡니다. 최대 낙폭은 계좌가 직전 최고점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 보여줍니다. 수익이 비슷하다면 손실 구간을 견디기 어려운 전략보다 변동이 작은 쪽이 제게 맞습니다. 규칙을 여러 번 고쳐 과거 성적을 끌어올렸다면, 조정에 쓰지 않은 기간의 데이터로도 확인합니다. 과거에 잘 맞았다는 사실만으로 다음 달 수익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주문 크기와 중단 조건을 함께 설정한다
진입 신호가 좋아 보여도 주문 크기가 크면 한 번의 오류가 계좌를 흔듭니다. 예를 들어 운용금 100만 원에서 한 거래의 계획 손실을 1만 원으로 제한하고, 진입가 대비 5% 하락하면 나오는 규칙을 세웠다면 주문금액은 대략 20만 원입니다. 계산상 20만 원의 5%가 1만 원이기 때문입니다. 급락이나 주문 지연이 생기면 실제 손실은 이 금액을 넘을 수 있습니다.
일일 손실이 정한 한도에 닿으면 새 주문을 막고, 미체결 주문을 확인하도록 설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가격 데이터가 끊기거나 같은 주문이 반복 제출될 때도 멈춰야 합니다. 손절 주문을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지는 않습니다. 지정가 주문은 체결되지 않을 수 있고, 시장가 주문은 얇은 호가에서 예상보다 불리하게 체결될 수 있습니다.
외부 봇을 연결할 때는 API 권한을 특히 살핍니다. 거래에 필요한 권한만 주고 출금 권한은 끕니다. 거래소가 지원한다면 접속 IP 제한도 설정합니다. 코인베이스는 API 키에 필요한 권한만 부여하고 IP 허용 목록을 쓰도록 안내합니다. 봇 화면의 수익률보다 권한 설정과 실제 주문 내역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계좌를 지키는 데 더 직접적입니다.
소액 실거래에서 예상과 다른 지점을 찾는다
백테스트를 통과했다면 모의 거래로 신호와 주문 흐름을 확인한 뒤, 잃어도 생활에 영향이 없는 소액으로 실거래를 시작합니다. 저는 이 단계에서 선물 레버리지를 붙이지 않습니다. 현물에서도 수수료, 체결 지연, 급격한 가격 변동 때문에 예상과 실제가 달라지는데 레버리지는 그 차이를 키우기 때문입니다.
운영 중에는 봇의 수익 표시만 보지 말고 거래소 잔고, 미체결 주문, 입출금 내역을 함께 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규칙대로 실행됐는가’와 ‘규칙 자체가 여전히 맞는가’를 나눠 기록합니다. 손실이 났다고 그날그날 조건을 바꾸면 어떤 규칙이 효과가 있었는지 알기 어려워집니다.
자동매매를 쓰면서 가장 편했던 점은 밤새 차트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계좌를 방치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제게 괜찮은 전략은 가장 높은 과거 수익률을 보여주는 설정이 아니라, 비용과 손실 한도를 이해한 상태에서 꾸준히 확인할 수 있는 규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