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제약정 지표 보는법 쉽게 익히는 방법

예전에 비트코인이 급등할 때 미결제약정도 같이 뛰는 걸 보고 ‘새 돈이 계속 들어오니 더 오르겠지’ 하고 선물 포지션을 늘린 적이 있다. 몇 시간 뒤 가격이 되밀리면서 손절했다. 당시 놓친 건 숫자의 방향보다 그 숫자가 무엇을 세는지, 가격과 함께 어떻게 변하는지였다.
미결제약정은 거래량과 다르다
미결제약정, 흔히 OI라고 부르는 수치는 아직 닫히지 않은 선물 계약의 규모다. 한 계약에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함께 있으므로 롱과 숏을 각각 더해 두 배로 세지 않는다. CME 그룹의 선물 교육 자료도 새 계약이 만들어지면 OI가 늘고, 기존 계약이 청산되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거래량은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이 사고팔았는지 보여준다. 같은 계약이 여러 번 손바뀜하면 거래량은 쌓이지만 OI는 그대로일 수 있다. 그래서 ‘거래량 급증 = 새 포지션 급증’으로 읽으면 틀릴 때가 있다. 반대로 OI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매수세가 우세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새 롱이 생길 때는 상대편 새 숏도 함께 생긴다.
차트를 열면 먼저 단위와 범위를 확인한다
거래소 선물 화면이나 코인글래스 같은 집계 서비스에서 종목을 고른 뒤 Open Interest 또는 OI 항목을 찾으면 된다. 나는 그래프를 보자마자 방향을 판단하지 않고 세 가지부터 확인한다.
- 무슨 상품인가: 현물에는 선물 계약의 OI가 없다. 무기한 선물인지, 만기가 있는 선물인지 구분한다.
- 어떤 범위인가: 한 거래소의 특정 계약인지, 여러 거래소를 합친 수치인지 본다. 집계 범위가 다른 그래프끼리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
- 어떤 단위인가: 계약 수, 코인 수량, 달러 환산액 가운데 무엇으로 표시되는지 확인한다.
특히 달러 환산액은 조심해야 한다. 가령 미결제 수량이 100BTC로 그대로인데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오르면 표시 금액은 100억원에서 110억원이 된다. 금액 그래프만 보면 새 계약이 늘어난 듯 보이지만, 이 예시에서는 가격 변화만 반영된 것이다. 거래소마다 계약 단위와 표시 방식도 다르니 같은 종목의 같은 단위를 놓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는 편이 낫다.
가격과 함께 읽으면 보이는 것들
나는 가격 차트와 OI 차트를 같은 시간대로 맞춰 놓는다. 15분 가격 변화에 하루 단위 OI를 붙여 해석하면 시점이 어긋난다. 아래 조합은 매매 신호가 아니라, 무엇을 추가로 확인할지 정하는 출발점이다.
- 가격 상승·OI 증가: 새 포지션이 쌓이며 상승한 모습이다. 다만 새 숏도 함께 들어왔을 수 있어 상승 지속을 보장하지 않는다.
- 가격 상승·OI 감소: 기존 포지션이 줄어드는 중이다. 숏 청산이 상승에 기여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OI만으로 원인을 확정할 수 없다.
- 가격 하락·OI 증가: 하락 중 새 포지션이 늘었다. 숏 유입일 수도, 하락을 받아내는 롱 유입일 수도 있다.
- 가격 하락·OI 감소: 포지션이 정리되는 모습이다. 롱 손절이나 강제청산을 의심할 수 있지만 실제 청산 내역과 거래량을 함께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시간에 가격이 3% 오르고 OI도 8% 늘었다면 나는 바로 추격 매수하지 않는다. 현물 거래량도 동반되는지, 펀딩비가 한쪽으로 과하게 치우쳤는지 본다. 상승 직후 OI가 빠르게 꺾이고 가격도 되밀리면 늦게 들어온 포지션이 흔들리는 구간일 수 있다. 숫자 3%와 8%는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매매 기준선은 아니다.
펀딩비와 청산 내역으로 오독을 줄인다
무기한 선물에서는 펀딩비도 같이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펀딩비가 양수면 롱이 숏에 비용을 내고, 음수면 그 반대다. OI가 빠르게 늘면서 펀딩비까지 한 방향으로 치우치면 포지션이 몰렸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펀딩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반락하는 것은 아니다. 추세가 더 이어지기도 한다.
급격한 OI 감소를 봤다면 거래량과 청산 내역을 추가로 확인한다. 그래도 공개된 청산 데이터가 모든 거래소와 장외 포지션을 빠짐없이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누가 얼마나 청산당했다’고 단정하지 않는 이유다.
처음에는 OI가 오르면 매수, 떨어지면 매도처럼 단순한 규칙을 만들고 싶었다. 손실을 겪고 나서는 가격, 거래량, OI의 단위와 집계 범위를 먼저 맞춰 보는 습관이 더 유용했다. 숫자가 설명해 주지 못하는 부분이 남으면 포지션 크기를 줄이는 쪽이 내게는 오래 버티는 방법이었다.







